1965년, 호암은 기존의 사업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갖고 진출하게 되었다. 바로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호암은 이미 한국 제일의 재벌이라는 세평을 들으며 기업 외의 영역에서 사회에 직접 공헌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모색했다. 이에 55회 생일을 맞이하여 삼성문화재단의 설립을 결심하고 이 뜻을 가족에게 알렸다. 또한 설립에 앞서 노벨재단, 록펠러재단 등의 세계적 재단의 기금구성과 운용방식, 그리고 사업 내용을 소상히 조사했다. 그 결과 재단의 존립과 재단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재단기금이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호암은 10억 원 상당의 주식과 33만여 제곱미터 (10여 만 평)의 부동산을 기금으로 출연하였다.또한 ‘해산 시 재단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라는 조항을 규정함으로써 재단재산의 사사로운 사용을 막았으며, 6년 후인 1971년 개인의 전체 재산중 3분의 1을 재단기금으로 추가로 출연하였다.
호암이 문화재단을 설립한 취지는 도의를 고양시키고 가치관의 확립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미풍양속이 급속히 사라져가는 현실을 개탄해 마지않고 문화재단 출범을 실현했다. 또한 호암은 사업가이나 물질에 인간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상황을 안타까워했으며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나 행동 또한 호암이 가장 경멸하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시류를 단번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호암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삼성문화재단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평소 예술을 사랑했던 호암은 개인의 소장품을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 하기로 하고 1975년 2월 삼성문화재단 이사회에 이 뜻을 알렸다. 이후 해외의 개인미술관들을 조사한 뒤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 5만 제곱미터(15,000평)의 부지를 마련하고 미술관 건립에 착수하였다. 호암은 미술관 건물이 우리나라 고유 건축미가 나타나게끔 건립하였고 1982년 4월 22일 ‘호암미술관’이란 명칭으로 개관하였다. 이 미술관 건립을 계기로 호암은 삼성문화재단을 삼성미술문화재단으로 개편했다.